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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데펑, 행정업무 ABC

프랑스에서 '오너 드라이버' 되다

차를 샀습니다.


집을 구하는 과정도 워낙 파란만장했던 터라 당분간 '큰 일'은 자제하고 버틸 수 있는 만큼 버텨보려 했는데


태어나 처음으로 뚜벅이 생활의 실체를 맛본 뒤  "작은 차라도 하나 좀 사자"는 아들의 말에 생각보다 조금 서두르게 됐네요.


차가 간혹 필요한 날에는 렌트를 하기도 했는데 프랑스에서 '오토매틱' 차량을 렌트하는 것도 만만치 않더라고요. 


왜들 그리 수동을 좋아하는 건지. 편안함을 멀리하는 이곳 사람들의 '고집'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절대적으로 수동의 비율이 높습니다. 


(집을 구하기 전, 숙소를 급하게 옮기기 위해 렌트를 하면서 하루에 약 42만원을 지불해야 했다는 잊을 수 없는 진실..흑.)




차종과 대략적인 예산을 세우고 자동차 매장을 찾았습니다. 


외곽에 위치해 있어 트램을 타고 갔는데 동네에서 나름 큰 매장답게 물건이 많았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희는 처음 찾은 매장에서 그대로 차를 구매했습니다.


그 많은 차량 중 저희가 구입하려는 모델의 오토매틱 차량이 달랑 두대였는데 방문 전 인터넷을 통해 점찍었던 차량이 그 중 하나로 마침 있었다는 것도 이유이지만,


바로 옆에 위치한 신차 매장의 영업맨에게 문의를 했는데 영어가 1도 통하지 않는 현실을 또다시 마주한 탓도 있었습니다.


뒤이어 찾은 중고차 매장에서 영어 구사가 '가능한' 직원이 어찌나 고맙던지...


이곳에서 살기 위한 다양한 일들을 진행할 때마다 느끼는 것은 어디선가 영어를 하는 사람이 한명쯤은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을 만났을 때 최대한 용건을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지금까지 저희가 얻은 '생존법' 아닌 생존법'이랄까요.


차를 확인하고 Test drive를 가졌습니다. 여권 등을 확인한 직원은 즉석에서 간단한 보험 가입 절차를 마친 뒤 차를 내주었습니다.


그것도 자신이 자리를 비울 수 없다며 동승하지 않고 차키를 내주는 '쿨함'을 자랑한 채. :D


시승에서 확인한 차 상태가 양호했기 때문에 사무실로 돌아와 가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차는 1년 반 가량 된 오토매틱 차량으로 출시 가격 대비 1만 2000유로 가량 가격에 내린 상태였기에 적어도 '호구'는 아닐 것이라 위안하며 차량 구입을 위한 서류들에 사인을 했습니다.


차는 현금이 준비되는 대로 찾아가기로 하고 그로부터 5일 후 매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참고로, 그 5일간 중고차의 사고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 등을 찾아봤으나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신차보다 중고차 매매가 더 활발할 만큼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데도 사고차량 관리가 생각보다 잘 되지 않고 있는 듯해서 아쉬움은 남더군요. 


"잘 관리된 차량"이라는 딜러의 말이 진실이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온지 약 3개월만에 다시 오너 드라이버가 됐네요.






생활 편의성을 중심으로 집을 구한 터라 시내 트램 정거장 근처에 사는 저희에겐 이날부터 주차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대부분의 차들이 스트릿 파킹을 하는데 월 정액권을 구입할 경우 15유로 선에서 한달동안 시내 주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정액권 구입을 위해서는 차량 등록증이 필요합니다. 


문제는 차량 등록증을 시청에서 보내준다는 것. 차를 산지 오늘로 보름이 넘었는데 아직 소식이 없고 언제 소식이 올지도 모른다는 현실. 하하하


주차를 위한 전쟁을 겪으며 매일 우체통을 확인하는 이 마음을 그들이 알까요.


하루 빨리 차량등록증이 도착해 집 근처 길가에라도 편히 주차할 수 있는 날이 오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