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구하기, 은행 계좌 개설하기, 학교 등록하기, 체류증 신청하기, 의료보험 가입하기..
프랑스에서 '살기' 위해 진행해야 하는 행정절차를 마친 저희에게 남은 마지막 과제는 면허교환입니다.
프랑스는 운전면허시험이 워낙 비싸기도 하지만 까다롭기로 유명해 언어에 제한이 있는 저희 부부에게
'면허 교환제도'는 정말 꿀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동안 차를 구입하고 운전하는 것까지 모두 한국에서 발급해 온 국제운전면허로 버텨왔는데
이제는 기한이 만료돼 이곳 면허로 바꿔야 할 때가 왔습니다.
면허 교환을 위해 먼저 운전경력증명서와 운전면허증을 번역 공증받고 온라인으로 경시청에 헝데부를 잡았습니다.
저희는 체류증 신청도 그르노블 알프스대학의 ISSO(국제학생 및 연구자들을 돕는 대학기관)에 파견된 경시청 직원들을 통해 발급받은 터라 Isere 경시청을 찾은 것이 사실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구글 평점 2.0에 빛나는 Isere 경시청.
서류도, 시간도 완벽한데 경시청 앞에 도착하니 왠지 모르게 자꾸 작아지는 느낌은 뭣때문?
사전 예약한 창구 번호를 찾아 조용히 문앞에서 기다렸습니다. 저는 11번 창구, 남편은 10번 창구.
'저들이 우리에게 제발 친절을 베풀어 주길!!'
시간에 맞춰 창구 앞으로 다가가 엉성한 프랑스어로 "나 예약잡았어" 하며 헝데부 시간을 보여주니 앉으랍니다.
체류증과 여권, 번역 공증된 서류, 사전작성한 면허교환신청서, 주거 확인을 위한 전기비 고지서, 헝데부 확인 메일 프린트 종이 등 준비한 자료를 내밀자 말을 건네는 직원.
오늘도 역시 알아듣는 한두마디 한계치는 빠르게 소진되고 '빠흐동?'을 되풀이하는 타임.ㅠㅠ
제가 눈치로 때려맞추고 있음을 간파한 직원이 스스로 일을 하기 시작합니다.
(더이상 말 걸지 않아줘서 고마워ㅜㅜ)
옆 창구라고 다를까요.
저희 남편. 영어로 꿋꿋하게 프랑스 생활 1년을 해내온 뚝심의 소유자거든요.
남편의 단골 멘트 "쥬씨 데졸레. 쥬느 빠흘르빠 퐝세"를 듣더니
옆창구 직원 역시 말을 하지 않기 시작. (이 침묵 무엇..?!)
그리곤 자기들끼리 한참 이야기를 주고 받습니다. (뭐지? 욕하는 거여도 못알...ㅡㅡㅋ)
그런데 약 5분후, 어디선가 새롭게 나타난 직원이 남편에게 '"Hello?"하고 인사를 건네더군요.
아 역시 이번에도 영어 구사자의 등장이 우리를 살린거죠.
(남편하고도 늘 주고받는 이야기지만,
그르노블은 불어 불능자가 살기에 참 고마운 도시입니다.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영어 구사자가 많다고 하는데
파리가 관광지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행정 처리 등 현실에서 만나는 사람들 가운데
영어 구사자가 많은 것 기준으로는 프랑스 1위가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아무튼, 직원들의 배려 덕분에 안내멘트도 전달받고 궁금했던 내용에 대한 답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저희의 한국면허는 바로 제출됐고 준비해간 사진을 붙인 종이를 한장 주는데
이것이 진짜 면허증이 올 때까지 면허증의 기능을 하게 됩니다.
직원 안내에 따르면 최대 1년이 걸린다는데 어떤 사람은 한달만에 왔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수개월이 걸렸다고 하는.
역시 싸데펑!! :D
이 면허로는 프랑스 내 운전만 된다고 하니 정식 면허가 올 때까지는 프랑스 안에서만 얌전히 지내야할 것 같네요.
이로써 저희 가족의 프랑스 생활 행정 절차는 모두 완료!
한번 셋팅이 어렵지 셋팅만 끝아면 수월하다는 프랑스 행정.
이제 저희도 속 그만 태우고 누리며 살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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