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에 학년을 새로이 시작하는 프랑스의 방학시즌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과연 가능할까 싶었던 아들의 초등학교 1학년이 마무리됐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학기 말 즈음, 하교시 교문에서 뛰어나온 아들은 저를 보자마자 서너장짜리 종이 뭉치를 하나 내밀었습니다.
아들의 "이제 프랑스어 수업 오지 않아도 된대"라는 말에 종이를 살펴보니
Bilan de competences en Fracais (프랑스어 능력평가)라고 쓰여져 있고
항목별로 프랑스어 말하고 쓰기 영역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각 부문마다 아들의 점수 옆에는 all 'A'가 따딴!
(아마 그동안에도 이런 시험을 봐왔던 것 같은데 시험이 뭔지를 모르는 아들은 그냥 모르고 넘어갔었나봅니다.)
기대치 않고 있다가 'A'라는 글자가 줄지어 있는 시험지를 보는 순간,
말 한마디 통하지 않는 곳에서 지난 1년간 아이가 얼마나 힘들게 적응하며 많이 변화했는지 확 와닿으며 '울컥!'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이제 아들이 기초적인 프랑스어 수준을 넘어선 확인시험이라고 칭찬해줬습니다.
9월 초, 학교가던 첫날만 해도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 단 9개월만에 일어난거죠.
사실 아이의 변화는 최근 들어 많이 느껴집니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기도할 때, 얼마전부터는 프랑스어로 오늘 있었던 일을 줄줄이 읊는가 하면
놀이를 하다가 프랑스어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일도 늘었습니다.
어른들이 외국어를 익히듯 1인칭, 2인칭, 3인칭 동사변형을 외우고 단어장을 암기하는 식이 아니다보니
왜 '나'일때는 A라고 하고 '그'일때는 'B'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있는 그대로 듣고 들은대로 말하는 언어 학습 능력이 8살인 아들에게는 다행히 살아있는가 봅니다.
물론 여전히 아들은 자신의 모든 생각을 표현하지 못해 모국어처럼 편하게 느끼지 못하지만
이제 한학년 마친건데 그건 너무 욕심이죠.
하지만 분명한 건, 조금씩 아이가 프랑스어에 재미를 느끼고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저와 함께 약국이나 마트, 병원에 가서도 알아듣는 말이 있으면 하나라도 도우려고 하는 아이를 볼 때면
기특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이제 방학을 맞은 아들,
프랑스어의 고삐를 당기기 위해서 (절대 엄마가 힘들어서가 아님) 내일부터 서머스쿨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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