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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방인의 하루

프랑스 코로나 감금생활 일기 (3/30~4/5)

<프랑스 코로나 감금생활 일기 5.>

 

감금생활 13일차

 

자꾸 두통이 온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몸도 뻐근한 게 찝찝하다. 토요일에는 평소 보지도 않던 프로그램까지 포함해 TV를 4시간은 본 것 같다. 주중에 집안을 뱅뱅 돌며 쌓인 피로감 때문에 쉬려고 마음먹었던 것도 있지만 알 수 없는 무기력함도 있었다. 쉰다고 되는 두통이었다면 가라앉을 법도 하련만 여전히 기분 나쁜 쿵쿵댐이 남아 있고 덤으로 갑갑함만 더해졌다.

 

집안에서 아이들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는 것도 한두번이고 돌려하던 보드게임 레퍼토리도 이제 바닥났다.

2주간 잘 견디던 아들도 마침내 답답증을 호소했다. 아직 프랑스어가 완전하지 않은데 혼자 과제 형식으로 진행되는 수업을 따라가는 것도, 신체활동을 하지 못하고 갇혀지내는 것도 모두 힘든 모양이다.

 

안쓰러운 마음에 저녁에 동생과 물놀이를 하라고 욕조에 물을 받아줬더니 너무 좋아하는 아들. 조금이라도 위안이 됐으려나.

 

작아진 아들 수영복을 찾아 아쉬운대로 마스크를 만들었다. 제대로 된 소재도 아니고 필터도 없지만 안쓰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잠들기 전, "내일 과제 오전 중에 다 하면 아파트 공터 나가서 잠깐 놀아도 돼?" 하고 묻는 아들에게 선뜻 "그러자"고 해놓고 어디로 몇시쯤 나가는 게 그나마 나을까 궁리하게 되는 밤.

 

4월 15일까지 한차례 연장된 격리기간이 앞으로도 더 연장될 것 같은 슬픈 예감에 마음이 더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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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코로나 감금생활 일기 6.>

 

감금생활 19일차

 

매일 저녁 8시가 되면 사람들이 일제히 나와 창문을 열고 박수를 친다. 어떤 이는 휘파람을 불고 어떤 이는 냄비를 들고 나와 두드리며 함성을 지른다. 이동제한령 3일차부터 해온 일이니 벌써 2주가 훌쩍 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애쓰고 있는 의료진 등에게 응원과 감사의 뜻을 전한다는 것이 본래 취지다. 창문을 열고 함께 박수를 치고 있자면 불과 수분동안의 짧은 이벤트이지만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닿길 바라는 사람들의 마음이 적잖이 느껴진다.

 

그런데 사실 이 박수 이벤트의 효과는 그뿐만은 아닌 듯하다. 이런 '불상사'가 아니었다면 서로 잘 알지 못했을 이웃들의 얼굴을 서로 마주함으로써 친근감이 생기기도 하고 감염에 대한 공포와 고립감을 이겨내는 연대감도 전해진다.

 

처음에는 소극적이고 다소 무게감 있었다면 요즘은 오늘 하루도 무사히 지나갔다는 안도감을 드러내는 듯 흥겨운 모습이 더 짙어져 오늘은 흡사 축구 응원전 같은 기분도 들었다.

 

그러면서도 걱정스러운 것은 분명 젊은 부부가 사는 집인데 성인 4명이 함께 앉아 맥주병을 부딪치고 있고 젊은 여성이 사는 집인데 오늘은 무려 5명의 여성들이 한 창문에 매달려 박수를 치더라는 점이다. (스토커는 아닌데... 매일 마주하다보니 이렇게...ㅋㄹ)

 

한국 벚꽃길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던데 이곳 역시 봄 기운이 만연해지면서 벌금으로 묶어둔 이들의 발목이 언제까지 잘 잡혀있을지 모르겠다. 한차례 연장된 이동제한령의 남은 기한은 이제 열흘 . 2차 연장...해도 문제고 안해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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