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왔네요.
저는 에어컨 없는 프랑스를 피해 한국에서 두달한 꿀같은 여름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역시 밥은 엄마밥이 최고라는 건 진리인듯요. ㅎㅎ
그런데 잘 쉬고 집으로 돌아와보니 프랑스의 코로나 확산세가 어마어마하네요.
8월 말에 프랑스 다시 들어올 때만 해도 6천명이니, 7천명이니 했는데
최근에는 4만명이 넘는...
두달도 안 되는 사이에 각자도생하라는 듯 확산 잠재력 뿜뿜 중인 프랑스.
그도 그럴 것이 마스크 착용에 대한 의식이나
권장하는 정부 방침이 너무 미흡하고 안이한 부분이 많은 게 현실입니다.
사실 9월 초부터 새학기가 시작됐지만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 불보듯 보였기에
저희는 아들의 초등학교 3학년 새학기를 홈스쿨링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제공되는 시스템은 아니고
본래 프랑스에서는 홈스쿨링 제도가 있기 때문에
거주하고 있는 시와 우리나라의 교육청 같은 정부 기관에 신청했죠.
다만, 해당 학생이 커리큘럼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점검을 하기 위해
학기 시작 후 빠르면 3~4개월 후 가정 방문이 있다더군요.
빠르면 12월이라는 이야기인데…
그 즈음에는 연말 바캉스라고 안 올테니 1월 이후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짐작해봅니다.ㅎ
문제는 이 아이의 프랑스어 수업을 아들보다 모르는 엄마가 가르쳐야 하는 대환장 드라마라는 점이었습니다.
덕분에 매일 밤 유투브 폭풍검색으로 적당한 영상 찾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부터 바리바리 싸들고 온 각종 책들을 총동원해 전날 밤 벼락치기로 공부한 뒤
다음 날 아들에게 가르쳐주는 말도 안 되는 일상을 보내야했죠.ㅜㅠ
하지만 이제 조금 숨통이 틔였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제공하는 사이트(cned.fr)를 통해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들 전용 서비스에 가입했거든요.
사실 정부에서 혹시 등록코드 같은 것을 보내주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며 기다렸던 것인데,
장애 등 부득이한 이유로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그런 혜택은 없는 듯하더군요.
이 사이트에서 프랑스어만 1년동안 수강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50유로.
영어나 수학 등도 가입 가능한데 수학 같은 경우 제가 이미 한국 커리큘럼 참고하며 진도를 쭉쭉 빼버린 바람에
오히려 이곳 수학이 너무 쉬워진 터라 패스했습니다.
결제하고 며칠이 지나니 집으로 책자가 배송되더라고요.
날짜별로 분량이 정해져있고 어떤 문제는 사이트의 영상을 보고 이해한 뒤 푸는 형식,
독해 문제는 별도 책자에 해당하는 지문을 읽고 푸는 형식 등
집에서 제가 혼자 문법 공부만 다다닥 시킬 때보다 훨씬 내용이 풍부해지더라고요.
거기다가 알아서 분량까지 맞춰주니 멕시보꾸죠.ㅎ
사실 한국에서 돌아오면서 홈스쿨링을 결정할 때만 해도
상황이 조금 나아지면 늦게라도 이번 학년 내에 학교로 돌려보내면 되겠지 했는데
요즘 프랑스의 어마한 내재력 폭발을 보면
아무래도 이번 학년은 홈스쿨링으로 마무리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ㅠ
한국은 코로나에 대한 높은 수준의 대응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던데
이곳에서는 집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바이러스 소굴로 들어가는 느낌이라..ㅠㅠ
참고로, 확진자가 나날이 늘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도 마스크 착용 의무 공간만 지나면 다들 턱스크를 하고
여전히 친구들과 모여 파티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며칠 전에는 이제 21개월된 딸이 작년에 나들이 갔다가 찍은 사진을 보더니
마스크를 안 끼고 있다고 지적하는 모습을 보고 순간 찡하고 울컥하더라고요.ㅠㅠ
모두 힘든 이 시기가 어서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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