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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방인의 하루

친구들이 자꾸 때리는 일이 반복된 학기 초

아이의 입학 후 한달 여가 정신없이 지나갔네요.


아직 어린 나이다보니 여러가지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죠.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일들이 생활을 가득 채우고 있지만 그중에도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어려움은 다소 무거운 고민이네요.





학교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아들은 친구들이 자꾸 때린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프랑스어를 하지 못하다보니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선생님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고.


아이로서는 어려운 일이 분명했죠.


개입.과 도움.을 사이에 두고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한국이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어야 하나. 아이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길은 무엇일까. 이곳에서 폭력(아이간의 일이지만)에 대해서는 어떻게 인지하고 교육하나. 등등.


몇몇에 물어볼 때마다 돌아온 답은 프랑스도 여느 나라 못지 않게 폭력이나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섣불리 누군가 너를 때리면 너도 때리라고 조언할 수도 없었습니다.


시작은 상대로 인한 것이었더라도 대응으로 때린 아이가 혹여 말도 못하고 오해를 받으면 어쩌나 하는 것과,


아이가 상대적으로 동급생에 비해 큰 덩치인 터라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기도 했죠.




그러던 어느 날, 하교를 위해 찾은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잠시 이야기 좀 하자며 아이의 어깨를 들췄습니다. 


500원 동전 크기의 멍이 보이더군요. 놀라는 저에게 선생님은 무슨 일이 있던 것 같은데 자신이 아이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듣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아이는 때리려고 다가오는 친구를 피해 달리다가 아이가 넘어졌다고 했고, 나는 그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선생님은 바로 자신이 내일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이더군요.


집으로 오는 길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고민한 끝에 정확한 이야기를 가정통신문에 적기로 했습니다. 


대신 부모의 개입이 아닌, 아들이 프랑스어를 할 수 있었다면 선생님에게 이렇게 이야기 했을 것 이라는 전제로 문장들을 간추렸죠.


다음날 통신문을 본 담임 선생님은 그 아이가 다른 친구들에게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고 그 아이의 부모를 불러 해결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아들을 통해 전해들은 바로는 그 이후 다행히 문제는 재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친구의 등장이 있었습니다.


체구가 아주 작은 아이인데 그 아이도 자꾸만 때린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에게는 일단 그 아이와 거리를 둘 것을 조언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지난 어느 날, 하교 후 학교 근처 놀이터에 아이가 잠시 들렀고 그곳에서 문제의 그 '아이'를 보았죠.


지켜보기 시작한 지 몇십분이 채 되지 않아 바로 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상대가 누구더라도, 놀다가 주먹을 휘두르는 행동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분별력이나 자제력이 없다고 하면 적당할까요.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던 즈음, 그 아이는 갑자기 아들에게 다가와 발길질을 했습니다.


아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당황하고 놀란 기색이 역력했죠. 


제 느낌엔 날아간 듯한 속도로 다가가 아들을 안았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에게 하지 말라고 이야기한 뒤 그 놀이터를 빠져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이와 이야기하며 안아주며 그 친구에 대해 제가 보며 생각한 것들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이도 수긍하며 그 아이와는 거리를 두겠다고 했죠.




그대로 있기엔 힘들었습니다. 다만 고민은, 이 일이 학교 밖에서 일어났다는 것이었습니다. 방과 후 발생한 일들에 대해 학교에서 개입하는지 여부를 알 수 없었죠.


건너 알게 된 프랑스인에게 물었더니 선생님이 아닌 학교 운영위원회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이 낫다고 했습니다.


근데, 학기 초인 터라 운영위원회가 아직 구성되지 않았더군요. ㅜㅜ


다음날도 아들에게 물었더니 그 아이가 여전히 비슷한 행동을 한다기에 다시 마음먹고 담임과 이야기하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담임은 그 아이의 이름을 듣자마자 그 아이에게 문제가 있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자신이 최대한 그 아이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으나 100% 커버할 수 없다는 현실적 한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학급의 모든 아이가 그 아이에 대해 어려워하고 있고 비단 아들만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고 자신이 더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는 며칠 전 놀이터에서 있던 일도 언급했고 담임 선생님은 그 부모에게 자신이 별도로 이야기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혹여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아들만 친구들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은 아닌가 했던 걱정은 그나마 접을 수 있었습니다.


아이에게도 선생님의 이야기를 전달해주고 그 아이 근처에 가지 말 것과 혹시 때리는 일이 있으면 선생님께 가서 그 아이의 이름만 말해도 선생님이 알 것이라고 이야기해주었죠.


그리고 얼마 후, 같은 학급 다른 친구의 엄마를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 그집 아이 역시 문제가 되고 있는 아이 등으로 인해 학기 초 2주 정도는 학교가는 것을 싫어했다며 


이것이 프랑스에서 흔한 일은 아닌데 이번 학급이 유난히 문제가 많은 것 같다고 설명해주더군요.






입학 후 반복되는 문제들로 어려웠던 한달여가 어렵게 지나갔지만 최근 들어서야 학교 생활은 조금 더 나아지고 있습니다.


친구들의 특징을 서로 다 이해한 덕인지 (저희 아이 뿐 아니라) 아이도 가까이 할 친구와 아닌 친구에 대해 조금 더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아들은 다행히 초반의 문제들이 있던 것을 제외하고는 학교에 적잖이 재미를 느끼는 것 같고요. 


그래도 부모로선 여전히 낯선 학교 생활에 대해 보이지 않는 경계심을 갖게 됩니다. 


지금까지 아들이 겪은 사회 중 가장 큰 사회 생활을 시작한 만큼 어려움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겠죠. 


특히 타국에서, 말이 통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 더 마음 아프고 어렵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엄마도 성장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는 요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