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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하며 살기

아비뇽 유수의 현장, 교황청의 매력에 빠지다

프랑스 정부가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 수 목표치로 내세운 것이

하루 5000명(한국 기준 뜨악할 숫자지만ㅋㅋ)인데

 도통 2만명대에서 떨어지질 않네요.

 

어제 총리 발표에 따르면 이번 주말부터 유럽 국경을 기준으로 폐쇄하고

국가간 이동시에도 음성 판정 확인서를 제출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영국과 가깝다보니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대해 많이 경계하는 분위기이다보니

정부 발표에 모두들 마음 졸이며 지내는 것 같아요.ㅠㅠ

 


 

이런 분위기가 최근에 자꾸 이어지다보니 곧 봉쇄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집앞 슈퍼밖에 못가는 날이 올까 싶어 지난 주말에는

집에서 두시간 반 거리인 아비뇽과 님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사실 그동안 아비뇽하면 교황청 하나 유명한 거 아닌가? 생각하고 후순위로 미뤄놨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막상 교황청 앞에 도착하는 순간,

교황청 '하나'라고 하기엔 묵직한 존재감이 훅 하고 들어왔습니다.

 

 

사진으로 봤던 것보다 더 웅장하고 말 그대로 성벽같은 느낌이

유럽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 건물이라는 이유를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1309년 부터 1377년 까지 아비뇽 유수 당시 7명의 교황들이 이곳에 머물며 

아비뇽 시내와 옆으로 흐르는 혼강을 바라봤을 것이라 생각하니

교황청 뒤로 이어진 산책로 조차 너무 평온하면서도 쓸쓸하더라고요.

 

 

 

 

한참 과거의 역사를 생각하며 교황청 주변을 둘러보는데

저 앞에서 공터에서 한 학생이 블랙핑크 노래를 틀어놓고 춤을 연습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순간 14세기와 21세기, 프랑스와 한국이 막 교차하면서

새삼 세상이 많이 변했다는 생각도 들고 ㅎㅎ

 

 

사실 저희는 교황청 내부를 보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박물관 등 관광지들이 모두 문을 닫은 상태라

대성당 내부만 잠시 둘러보고 나왔습니다.

 

 

 

산책로 뒤로 이어진 길을 걷다보면 12세기에 지어진 생 베네제 다리(Pont D'Avinon)가 한눈에 보이는데

이 다리는 한 양치기 소년이 다리를 지으라는 신의 계시를 듣고 짓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유명하죠.

 

붕괴와 재건, 홍수 이후 수리 등이 반복되다가 지금은 다리의 3/4 가량만 남아 있는데

오히려 저 모습이 더 인상적이더라고요.

 

 

이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교황청 앞에는 관광객들이 붐비고

교황청에 들어서기 위한 줄도 길게 이어져있었을텐데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어려워지다보니 한적하다 못해 썰렁한 느낌마저 들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관광지들이 저희 집 주변보다 오히려 덜 붐비다보니

자꾸 차를 타고 나가게 되는 것 같아요. 

 

 

교황청에서 구시가지 골목으로 이어지는 시내를 가볍게 구경하고 이날 일정은 마무리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내부를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네요.

상황이 나아져서 내부 관람이 가능해지면 다시 한번 꼭 와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