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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하며 살기

프랑스에서 '로마'를 보고 싶다면 '님(Nimes)'으로!

첫날 아비뇽 근처에서 하룻밤을 머문 저희는 다음날 차로 40여분 거리에 있는 님(Nimes)으로 이동했습니다.

유럽은 겨울에 워낙 비가 자주 와서 맑은 하늘을 보는 것이 쉽지 않은데

이날은 다행히 해가 쨍하더라고요!

왠지 기분 좋은 출발!

 

님을 목적지로 정한 것은 이탈리아 여행에 대한 갈증 때문이기도 했어요.

 

중세시대 세계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로마사의 현장, 이탈리아를 코 앞에 두고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보니

일단 프랑스 안에서라도 찾아보자는 심정으로 방향을 튼거죠.

 

 

님은 도시 자체가 로마제국 초대 황제인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형성됐다고 기록돼 있을 만큼

프랑스에서 로마 시대의 흔적을 느끼기에 가장 좋은 도시 중 하나입니다.

 

한국에 많이 알려진 도시는 아니지만 유럽 지역에서는 꽤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고 하더라고요.

 

로마가 지속적인 영토 확장을 하면서 황제는 퇴역한 군인들을 정복한 땅의 속주로 보내 다스리게 하는데

고향에 대한 이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함 뿐 아니라

모든 땅을 로마화시킨다는 원칙 아래 이런 도시들을 만든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님에서 가장 유명한 곳 중 하나인 아레네 원형 경기장은

1세기 후반 건립된 이후 2천년 이상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로마의 콜로세움만큼은 아니더라도 로마인들 특유의 문화를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2만명 가량이 수용 가능한 이곳은 그저 역사의 한 페이지에 멈춘 곳이 아니라

지금도 콘서트나 음악 축제가 열리고 있어 여전히 살아 숨쉬고 있는 곳이죠.

(물론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입장도 불가능한 상태.ㅜㅜ)

 

벽면 곳곳 보수된 흔적들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형을 잘 유지하려고 한 모습들이 보입니다.

 

2천년 전 이곳에서 수많은 검투사 경기와 투우 경기 등이 열렸을 걸 상상하니 

짜릿하고 흥미로운 기분을 감출 수 없더라고요.

 

 

그 길을 따라 5분 정도 걸어 메종카레(Maison Caree)를 찾았습니다.

 

'사각형 집'이라는 뜻의 이 곳은 기원전 10년경 세워진 로마시대 신전으로

로마시대 유적 중 원형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대표적 건물에 꼽힌다고 해요.

 

 

석회암을 재료로 신전의 가로와 세로가 직사각형의 2대 1 비율로 만들어져 있는데

로마 아폴로 신전과 마르스 울토르 신전의 모습에서 착상해 지어졌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본듯하면서도 신비로운 느낌, 전해지시나요?

 

 

수없이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이곳은 외양간으로도 쓰이고 교회, 행정문서 보관소 등으로 그 용도가 계속 변해왔는데요

밤에는 은은한 조명과 함께 더 멋진 모습을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신전 앞에 앉아 잠시 아이와 함께 로마시대 이야기를 나눈 뒤

그 길을 따라 올라가 아우구스투스의 문(Porte d'Auduste)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는 15세기에 지어진 구시가지내 시계탑도 보이고

마을 곳곳이 정말 옛스러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었어요.

 

 

아우구스투스의 문은 로마시대 당시 님 도시 장벽의 일부였으며 도시로 들어가는 정문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문에는 4개의 반원형 아치 통로가 있는데 그 중 2개는 차량이 드나들 수 있는 용도이고

양옆의 2개는 보행자를 위한 통로였다고 해요.

 

무엇보다 문 안 쪽에 자리한 아우구스투스의 동상에 한동안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더없이 화려했던 로마시대,

그 당시 엄청난 제국을 다스렸던 아우구스투스가 저런 모습이었겠구나 생각하니 

로마 역사가 더없이 가깝게 숨쉬는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저희가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분수정원(Jardin de La Fontaine)이었어요.

 

날이 너무 좋아서 잠시 공원에서 쉴 겸 찾았는데

이런 생각을 한건 역시 저희만이 아니더라고요. 간 곳 중에 제일 사람이 많았다능ㅋ

 

 

이 공원이 18세기에 프랑스 루이 15세의 명령으로 조성된 지중해식 공원이라고 하는데

유럽 최초의 공원 중 하나라고 합니다.

이 지역은 로마시대에 개발돼 가장 오래된 지구 중 하나라 부근에서

로마시대 유적도 많이 발굴됐었다고 합니다.

 

공원 곳곳에 많은 조각상들이 놓여져 있고

분수 안에도 잉어, 오리들이 신나게 헤엄치는 모습이 더없이 한가롭더라고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넉넉한 시간을 즐기기보다는 대략적 구경만 마치고 공원을 나왔습니다.

 

 

공원에서 주차장으로 가는 길,

님의 마지막 모습을 담으며 

비록 이탈리아는 가지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로마를 만나게 해 준 아름다운 도시 님이 참 고맙더군요.

 

어서 빨리 모두가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