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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하며 살기

주말 나들이, 프랑스 샤모니 몽블랑으로!

어느 나라든 가을은 여행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죠. 

특히 추석을 맞아 이곳저곳 여행다니는 가족, 지인들의 소식에 

 

저희도 주말 나들이라도 다녀와야겠다 싶어 짐을 꾸렸습니다.

아직 어린 둘째 아이의 이동 가능시간을 고려해 선택한 곳은 

 

집에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샤모니 몽블랑(Chamonix Mont-blanc).

가깝다는 이유로 몽블랑을 갈 수 있다니. 우리가 프랑스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하게 되네요!

 



금요일 밤 부랴부랴 숙소 예약을 하고 토요일 아침, 캐리어 하나와 아이스박스 하나 들고 집을 나섰습니다.

가족 단위 여행이다보니 숙소는 호텔보다 에어비앤비나 콘도 형태를 선호하게 되는데

숙소를 예약하고 보니 샤모니하고 다소 거리가 떨어진 Saint Jean Sixt라는 동네였습니다.

 

역시 급한 여행의 허당 매력.ㅋㅋ


정확히는 직선 거리가 멀기보단 산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돌아가야 하는 위치랄까요.

 


하지만 자연 is 뭔들. 

 

산으로 둘러싸인 이 마을도 말 그대로 맑은 공기, 나무 내음은 힐링 자체였습니다.

주변이 모두 이런 콘도 형태의 나무 집들로 돼 있는데 

 

자연 속에서 최대한 인위적이지 않은 모습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건물들조차 하나의 풍경이 돼 주었더군요.

 

 

하루 밤 잘 쉬고


다음날 아침, 드디어 샤모니로 향합니다.

 


한시간 가량 산길을 달린 뒤 근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케이블카 역에 도착!


저희는 샤모니 앱으로 온라인 결제를 미리 했기 때문에 티켓줄은 서지 않아도 됐습니다.

온라인 결제 후 이메일로 받은 QR코드를 인포데스크 옆에 있는 티켓 발권기에 인식시키면 

 

플라스틱 재질의 멀티패스가 바로 발급되더라고요. 

 


사실 하루 혹은 이틀 이상 여유롭게 일정을 잡고 여행오는 분들이라면 

 

케이블카 이용료가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저희는 늦게까지 머물 여유가 안 되다보니 성인 기준 66유로(카드값 3유로 포함)라는 가격이 다소 무겁...ㅠㅠ

그나마 3세 이하 아이들은 고산병 위험 등으로 등반 자체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둘째를 돌봐야 하는 남편이 비자발적으로 지상에 머물게 돼 의도치 않은 절약모드가 됐네요.ㅎㅎ 

 


이날은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성수기에는 케이블카 탑승 번호표도 나눠준다고 하는데 

 

저는 탑승권을 갖고 바로 탑승줄 대기라인에 합류, 20여분 만에 케이블카에 올랐습니다.

 


첫 정거장은 Plan de l'Aiguile. 이곳이 2317m라는데 

 

눈앞에 한층 가까워진 설산 모습에 심장이 벌렁벌렁 ㅎㅎㅎ

주변 경관을 바라보며 넋을 놓은 사이, 어느새 두번째 케이블카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Aiguile du Midi 정상입니다.

 


20대때 배낭여행을 하면서 스위스 쪽에서 알프스 산에 오른 적이 있지만 

 

그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이렇게 높은 곳에 올랐습니다.

 



3842m에 설치된 이 전망대는 유럽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국경에 우뚝 솟은 몽블랑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고지에 산바람을 고려해 겨울 외투를 챙겨왔는데 산 정상 기온이 영상 3도라고는 하지만 

 

바람이 없고 워낙 날이 좋아서 춥다는 느낌보다는 시원하다는 느낌이 더 컸던 것 같네요.

 

 

덕분에 구름 낀 날이었다면 보지 못했을 절경을 맘놓고 실컷 구경했죠.

 

이곳 저곳 둘러볼수록 자연이 만든 작품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직접 손으로 눈을 만질 수 있을까 하고 기대했던 아들은 보면서도 만질 수 없는 현실을 아쉬워하기도 했지만 

 

곳곳의 모습을 눈에 잘 담는 듯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다 돼 식당에 들른 뒤 가벼운 점심 식사도.

아들은 피쉬앤칩스를 시켰는데 별 기대를 안가졌어서인지 

 

바삭한 튀김에 아들은 나름 만족하더군요.

 


그리고 기념품가게에 들러 기념품도 몇가지 득템 후 다시 산을 구경하려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신호가 느껴졌습니다.

 

심장이 엄청 빠르게 뛰며 뭔가 몸에 이상신호같다는 느낌이 드니 겁이 덜컥 나더라고요.

확실히 높은 곳이다보니 조금의 움직임도 몸이 버거워하는 것인가 생각할 즈음

 

아들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뛴다고 헉헉댔습니다ㅠㅠ



몽블랑도 좋지만 어지럽고 머리아픈 증상까지 겹치자 뵈는 게 없어지더군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하산하는 케이블카 라인에 줄을 서고 기다리는데 

 

여전히 심장은 밖으로 튀어나올 듯 빠르게 뛰고. 

두통도 심해지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하산용 케이블카가 금방 도착했습니다.

 

아들과 저는 오로지 땅만 보며 심장을 부여잡고 있던 것 같아요. 

내려온 뒤에도 압력 차이 때문에 귀 통증이 심했지만

 

남편과 딸을 재회한 뒤 아들과 귀를 움켜잡고 

 

샤모니 마을을 잠시 구경하며 안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마을 곳곳의 모습이 '내가 알프스다' 하는 느낌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아름다운 마을 샤모니.

이곳은 프랑스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스위스와 이탈리아, 프랑스 그 중간 어디쯤일 것 같은 분위기였습니다.

 


거리의 예쁜 꽃들이 그러했고 나무 건물들의 모습이 그러했습니다.

아들과 산책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스크림 가게도 들러주시고 ㅎ


아름다운 마을 풍경을 보면서 조금 쉬어준 덕인지 나대던 심장도 다행히 안정을 찾았습니다. 

두통과 압력 차로 인한 통증을 느끼면서 딸을 데리고 가지 않은 것이 천만 다행이라고 수백번 생각한 것 같아요. ㅠㅠ

 

 

비싼 케이블카 티켓을 생각하면 너무 아쉬운 나들이었지만


주말 번개 여행이었기에 이보다 더 누리는 것도 어울리지 않았을 듯해요.

 

역시 여행은 아는 만큼 보이고, 준비한 만큼 누리는 것 같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