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라는 표현이 아직 이른 6월 말인데 이곳은 말 그대로 엄청난 더위입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숨이 헉헉;;;
지난주 그르노블의 평균 기온은 38도.
덕분에 저희 식구는
선풍기와 휴대식 냉풍기를 풀가동하며 한 방에서 먹고 자며 단합생활을 하며 겨우 생존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지쳐가는 체력은 어쩔 수 없는 노릇.
토요일에도 인정사정없이 아침부터 쏟아지는 햇살을 보며 한숨을 내쉬다가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듯 폭풍검색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 계곡! 피서! 말 그대로 피서!
10분도 되지 않아 Vercors 쪽에 (Cascade de la Frauge) 계곡을 하나 찾았습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오늘 우린 여기로 간다! 그리고는 바로 아이스박스부터 하나 꺼내들었죠.
샌드위치, 감자칩, 과일, 음료, 물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집에서 출발 후 정확히 1시간.
네비게이션이 멈춘 곳은 주차가 가능한 공터였습니다.
네. 이곳의 대부분 호수, 공원 등이 그렇듯 역시나 자연 그대로의 계곡이 확실합니다.
가파른 산길을 따라 걸어걸어 가야 하는 일만 남은 거죠.
5개월된 딸과 아이스박스, 휴대용 아기 침대 등을 짊어진 남편을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지금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온 것인지, 더위를 찾아 온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할 때쯤,
다행히 산속 어딘가 물 흐르는 소리가.
아 감동.ㅠㅠ
주차 후 15분 가량을 걸은 끝에 만난 계곡은 산 속에 숨어 있었던 오아시스처럼 반갑기만 합니다.
사진에서 봤던 작은 폭포도 보이고.
우리나라였다면 이미 주변에 '산불조심', '쓰레기를 버리지 맙시다' 등 현수막도 좀 보이고
터가 있었다면 삼계탕집도 서너개 보일 법한데
정말 자연 그대로. 여기를 찾아온 게 신기할 정도로 자연에 잠시 숨어들어온 듯한 느낌이랄까요?
떨어진 당을 보충한 뒤 바로 계곡 물에 발 담그기!
오. 마이. 갓. 완전 얼음. 발이 얼어버릴 듯한 이 시원함을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주차 후 잠시 후회했던 내 자신의 모습을 다시 후회하며 오길 잘했다고 4743856번 외치게 되는 ㅠㅠ
참 희한하죠.
일주일 내내 에어컨도 없이 이 여름을 어떻게들 견디는 것이냐고,
어딜 가도 시원하지 않은 현실에 프랑스 사람들은 더위도 안 타는 것이냐고 씩씩댔었는데
자연이 만들어준 그늘에 앉아 깨끗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잠시 지나는 여름, 편리함과 만족감만 쫓기보다는
사람이 그 안에서 조금 더 견디고,
가끔은 자연의 품에 숨어 피하며 이렇게 사는 게 아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다시 데워진 집으로 가면 생각이 바뀔지도...)
예상보다 차가운 물 온도 때문에 종아리까지 물에 담그는 것도 쉽지 않은 계곡이었지만
하루 뜨거운 태양을 피해 쉬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만족감은 최고치!
이제 7월 시작인데,
올해 우리 가족은 과연 이번 여름동안 생존을 위한 '피서'를 몇번이나 하게 될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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