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은 1년 중 그르노블이 가장 붐비는 시즌입니다.
니스 등 프랑스 남부 지방이 바깡스 시즌에 주목받는 도시라고 하면,
그르노블은 스키를 포함한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찾는 관광객들이 많거든요.
늦가을부터 산꼭대기에 서서히 얼음이 얼기 시작하면서 하얀색 옷을 입던 산들은
겨울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겨울왕국의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르노블 어디서든 30분에서 1시간만 이동하면 천연 눈으로 만들어진 스키장에 갈 수 있는 덕에
아이들이 2주간 주어지는 방학을 활용해서도 스키스쿨에서 스키를 배우곤 합니다.
저희는 이번에 둘째 아이 출산으로 정신이 없는 터라 아들과 함께 썰매로 겨울 즐기기를 대신했습니다.
집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Col de Porte라는 곳인데요,
산에 오르자 주차장엔 이미 스키장비를 실은 차들이 가득하더라고요.
썰매타기를 위한 준비물은 건강한 신체, 두툼한 방한복, 그리고 썰매가 다 입니다.
한국에서처럼 썰매를 대여하는 곳도 있지만 10~20유로면 썰매를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체 조달한 썰매를 들고 언덕에 올라 썰매에 앉아 출발하면 끝이죠!
10여년전 친구와 함께 배낭여행을 했을 때 스위스에서 보드를 탔던 적이 있는데요,
안전 로프가 있는 한국 스키장과 달리 그야말로 산맥을 목숨걸고 내려온다는 느낌에
엄청난 스릴을 맛봤었거든요.
썰매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은 산 꼭대기 부근이 아니라 넓은 언덕이었지만 저 언덕끝까지 브레이크를 밟지 못하면
그리 행복하지 않아질 것만 같은 묘한 긴장감이 썰매를 타는 재미를 더해준달까요..ㅎ
신나게 타고 내려간 뒤 남은 건 열심히 등산하는 일.
옆에 간이 무빙워크가 있었는데
티켓을 사야 한다는 것 같아서 아이가 몇번이나 탈까 하는 생각에 끊지 않았습니다.
(다음날 다리 근육통은 아들과 남편의 몫.ㅎ)
스키 타는 곳은 언덕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있는 듯했는데
몇몇 아이들은 엄마 혹은 아빠에게 스키를 배우기 위해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차로 30분 거리에 이렇게 훌륭한 천연 스키장이 있으니
아이들이 어린 나이부터 겨울 스포츠를 배우기엔 더없이 좋은 환경이죠!
올해는 썰매타기로 만족해야 했지만 다음 겨울에는 저희 아들도 스키스쿨에 보내서 겨울을 만끽할 수 있도록 해볼 생각입니다.
하얀 눈으로 덮인 광경,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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