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노블로 이사온 지 4개월여가 지나면서 생활 기반은 조금씩 안정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의료보험 등 행정처리가 필요한 부분은 감감무소식이지만 제 능력 밖의 영역인지라..ㅠㅠ
10월 셋째주에 접어들면서 아들의 방학이 시작됐습니다.
프랑스의 초, 중, 고등학생들은 여름방학 (6~8월)을 제외하고 두달에 한번씩 2주간 방학을 갖게 됩니다.
학교 생활을 치열하게(?) 해낸 아들도 자유를 갖게 된 것이죠.
엄마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냐고요?
일단 매일 점심을 집에서 먹게 하는 상황인지라
시간마다 맞춰 학교에 데리러 가고 데려다 주는 일을 하는 것 역시 상당한 노동이라는 점에서
24시간 붙어 있는 것이 되레 나은 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무튼, 첫번째 한주간은 아들을 데리고 동네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중에도 일주일동안 무려 세번을 찾아간 곳은 바로 비질(chateau de vizille)이었습니다.
그르노블 시내에 있는 저희집 기준, 차로 20분 거리이기 때문에 가깝기도 하고, 넓은 공원에서 가을 느낌을 만끽하는 피크닉 장소로는 더없이 좋은 장소였죠.
저 성같이 생긴 건물이 프랑스 대혁명 뮤지엄이었던 덕에 프랑스에 대한 역사 여행도 잠시 가능했습니다.
17세기 대혁명 당시 상황을 보여주는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어 아들과 내부를 돌며 당시 민중들이 겪었던 힘든 생활과 그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해 짧게나마 함께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공원을 둘러싼 호수에는 백조와 오리 등이 유유히 노닐고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편안한 느낌이 듭니다.
가을 바람에 낙엽진 나무잎들도 한적한 느낌을 더해주는 효과!
무엇보다 이 공원에는 아이들이 말을 탈 수 있도록 체험장이 돼 있는데요,
아이 한명당 어른 한명이 동반해 공원을 약 20분간 돌며 산책하는 데 필요한 금액은 7유로.
훈련된 말들이기 때문에 따로 조련사 등이 동행하지는 않고요 (차량 구입시 테스트 드라이빙에서 쿨하게 키를 내어주던 딜러가 급 생각난;;)
말 고삐를 쥐고 서서히 걷다보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이곳에 와서 생활하며 느끼는 점 중 하나는 아이들이 편안한 환경에서 자라기에는 좋은 자연이 많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동안 공기 탓에, 날씨 탓에 키즈카페를 찾아 많이 다녔었는데
그러다보니 아이가 땅을 밟고 뛰어다니는 시간이 자연스레 줄었다는 것이 아쉬웠어요.
가까운 곳에 이렇게 한적하고도 조용한 산책 장소가 있다는 사실에 새삼 그르노블이 고마워진 한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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